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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오행/도비결(導祕訣)

도비결(導祕訣)을 찾아서(3)-인연-

導秘訣을 찾아서(3)
 
“사주를 본다 할 때 뭘 봅니까?”
“나를 봅니다.”
“그럼 팔자는 뭘 보는가?”
여태까지 팔자는 천간 네글자,지지 네글자로 알고 있었고 가르쳤기에 대답할 수 없었다.
“너와 나를 보는 것이요.”
“네.”
“너와 내가 이 순간에 만났는데 우리는 어떤 관계로 만났고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를 보는 것이란 말이오. 그러니까 팔자란 하루에 1명을 만나면 하나의 팔자가 생기고 50명을 만나면 50개의 팔자가 생긴단 말이요.”
선사의 얼굴에 긴 회한이 스쳐 지나는 것을 나는 내 심정인 듯 느꼈다.
평생을 선승으로 사시면서 큰 고찰의 주지까지 하시다가 도비결 전수자의 명을 알고 세상에 나온 뒤 선사는 얼마나 많은 팔자와 맞닥뜨렸을까? 그리고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이 아팠을까. 얼마나 많이 허무했고, 얼마나 많이 절망했을까?
그래도 간혹은 보람되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도비결에서는 1년 년운은 어떻게 보는지 아오?”
“모릅니다.”
“트라이앵글법으로 보요. 트라이앵글 알아요?”
대답은 안했지만 대강의 감은 잡혔다. 극을 받게 되면 원래 극을 받았던 것이 살아나고, 다시 극을 받는 삼각구도를 말씀하시는 것이리라.
그래도 이 좁은 생각을 말씀드리는 건 결례라는 생각에 입 꾹 다물고 다음 말씀을 기다렸다.
“트라이앵글법에는 7가지가 있어요. 그걸 다 배워야 해요.”
선사의 차분한 음성이 이어졌다.
“다음은 팔환경이 있어요. 지지환경인데 이 팔환경 보는 법을 익혀야 해요. 팔천간 보는 법을 익혀야 하고, 지장간 쓰는 법을 익혀야 해요. 지장간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있는데 월에서 원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말이요.”
7가지를 맛보게 하지 않고 스님은 진도 빠른 요약수업처럼 다음 내용을 말씀하셨다. 도대체 그간 내가 해 온 음양오행 명리사주학은 무엇이란 말인가? 오행과 십성, 십이운성, 십이신살, 공망 등은 어디로 가고 명리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말씀들을 잇는 선사를 보는데 선사가 뜬금없는 말씀을 불쑥 내놓으셨다.
“내 눈은 한쪽이 실명이오, 남은 한쪽도 실명으로 가고 있소.”
속에서 깜짝 놀라는 걸 억지로 차분히 듣고 있었지만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이 대단하고 깊은 학문을 이제사 만났는데 다 익히기 전에 선사님의 눈이 모두 실명되면 어쩌나. 마치 내가 9,000년 도비결을 구축해야 할 사명이라도 띤 것처럼 가슴이 미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선사는 당신의 말씀을 이으셨다.
“다음은 봄의 상생상극이 있는데 더 세분화하면 봄에서의 음양의 상생상극이 있고, 인간관계가 있고, 능력관계가 있고, 실력관계가 있어요. 합을 하고 나면 극 하는 게 있고, 충 하는 게 있고,생을 받아 극 하는 게 있고 충 하는 게 있단 말이요.”
이렇게 도비결 관법은 일반 명리학 관법과는 비교도 안 되게 깊고 넓고 다양하단 말인가?
이어진 선사의 말씀은 적천수니, 궁통보감이니, 자평명리니 통달을 해도 도비결 3개월 익히는 것만 못하다고 하셨다. 말씀을 듣고나니 왜 이제야 도비결을 만났을까 회한이 앞섰다.
아니다. 시절인연이라 지금 비로소 시절이 도래하였으니 선사를 만난 것이라고 위안했다.
원래 몸담고 있던 조직에서는 명리를 금기시했기에 홀로 독학한 학문이 사장되고 있었는데 조직에서 이탈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얼마나 큰 다행인지. 사주 원국에 인성을 가지지 못하였으니 스승없이 공부를 하였고, 당연한 결과로 깊이를 얻을 수 없었는데 이제사 운이 들어온 셈이다.
“스님, 도비결 교재는 없습니까?”
어리석은 질문이었을까?
선사께서 나를 향해 목을 빼면서 물으셨다. 움푹 패인 입가의 주름에 수많은 말들이 고랑고랑 배었다.
“있다 한들 그걸 얼마에 사시겠소.”
어째서 그 말씀에 함축된 그간의 회한이 이리도 선명히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다. 선사는 집필하고 있는 도비결 교재를 아직 공개지 않았다.
도비결 전과정 교재는 상권만 완성되었고, 중, 하권은 원고만 써놓고 책을 아직 만들지 못했다.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서 엄두를 못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립도서관에 상 5권 중에 3권을 기탁해 놓았는데 그것만으로도 기초는 다 되어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도비결에 관한 저술은 약 700권인데 같은 내용이 하나도 없다.
그 많은 내용을 색인처럼 요약해 놓은 것이 교재용 상중하권인 것이다. 그렇다면 물질문명이 지배하는이 시대에 이 방대한 교재를 누가 사 갈 것인가?  교재도 교재지만 9,000년을 구전으로만 이어오던 이 학문을 선사대에 와서 공개하고 문서화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번민하는 얼굴이 성스럽기 그지없었다.
‘귀한 것을 귀한 것으로 아는 자를 나는 지금까지 그리워하며 기다렸노라.’
얼음 아래를 흐르는 듯 맑고도 외로운 속내가 혼잣말로 튀어 나왔다. 그 말씀이 확성기가 된 듯 내 귓속을 파고들었다, 마디마디 그리움과 아득함이 물결쳤다. 아마도 선사는 당신이 하신 입엣말을 내가 들었을 줄은 모르실 것이다. 죽은 자식이 그리도 아끼던 피아노를, 불난 집에서 들고 나왔다는 어느 어미의 일화가 있듯, 때로는 인간의 능력이 필요이상으로 확장되는 것을 나는 귓속으로 빨려드는 선사의 죽인 음성에서 경험하고 있었다.
“삶이라는 게 그래요. 책을 내 주기도 겁나요. 번민이요.”
선사는 다시 한 번 9,000년을 구전으로 내려오던 도비결을 모두 오픈하고 있는 당신이 옳은지 모르겠다 하셨다.
현재 도비결 전수자는 287대손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산대사도 도비결 문맥이고 마옹선사도 마찬가지고 만공선사조차 이 문맥이니 도비결 문맥은 참으로 대단하다 할 것이다.
혹시 나도 이 문맥을 이어 받을 수 있을까?
감히 욕심을 부려보는 이 마음이 놀라워 얼른 생각을 털어내었다.
“삶이란 게 똑 같거든. 경허대종사가 수월, 혜월, 만공을 비추고, 만암 스님과 환응스님도 있고, 그 내려오는 문맥이 탄허스님과 금오선사이고 다음으로 내 스승인 성철스님으로 이 문맥이 다 내려왔소.”
선사의 시선이 나를 지나 뒤쪽 어딘가에 머물렀다.
“다 흘러가도 별 거 없는 거라. 인생사 여러 가지 여러가진데 예전에 내가 해인사에 있을 때 숙부님이 오셔서 말씀을 하질 않소.”
“…….”
“야야. 니가 내 조카인 거는 알고 있나.”
하시면서 대를 이어 숙성된 듯한 날숨이 터져나왔다.
“너 내 학문 조매만 배울래. 너 같으면 3년만 배우면 될 거다.”
그렇게 시작된 도비결과의 인연이 한 눈이 실명되었고, 나머지 한 눈도 실명으로 가고 있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내가 나중에 밖에 나와 보니 그 냥반이 우리나라 3대 철학가라대.”
선사에게 도비결을 전수해 주신 철학가는 다름 아닌 제산 박제현선생님이셨다.
우리나라 명리학계의 3대 거두는 도계 박재완 선생님, 사주첩경을 쓴 자강 이석영 선생님, 제산 박재현 선생님이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이 선사님이, 한 때는 고은사 주지까지 하신 이 분이 제산 박제현 선생의 조카라는 것이 아닌가.
“삶이 별 게 없는 기라. 인생이 그렇소. 그러니 번민할 거 없는 기라.”
선사는 도비결을 진짜로 배우려는 사람을 기다렸을지 모른다.
" 1년 과정에 기천만원 내 삐리고 바로 배우면 그것으로 무얼 하려 하오. 돈을 벌려면 얼마나 벌려 하오. 참 재밌소.”
선사는 울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배울라믄 야무지게 체계를 세워서 배우소. 진도가 빨라도 안 되고 너무 느려도 안되고 토막토막 끊어서 배워야 해요.”
선사는 지금 제자들을 키워서 도비결 문맥을 다 이어 놓으셨다 한다. 현재 선사의 저술을 모셔놓은 의성의 석암학당을 기반으로 287대까지.
“원래가 여기는 한 제자가 정식수계를 받듯이 받고 나면 세 놈의 제자를 키운단 말이야. 세 명 밑으로 또 세 명씩 배우게 해서 내려간단 말이야. 그렇게 내려왔어.”
한 대를 30년으로 보면 287대까지 내려왔으니 거의 9천년 세월이다.
“그런데 우예가 자꾸 중국글이라 할 수 있나 말이야. 꼴랑 1,600년 전 은나라때 거를 말하노 이 말이야. 그대는 마음 번민하시지 말고 배울 때 야무지게 배우라 이 말이야. 번민하지 말고.”
스님은 당신의 번민을 거름 삼아 내게 몇 번이고 번민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지금 스님은 내담자를 위해 간명지를 제작중이라 하셨다. 내담자 스스로가 자신의 손으로 체크를 해 가면서 자기의 사주풀이를 적어 갈 수 있도록 요약본을 짜고 계시다 했다.
“본인들이 품위있게 만들어 갈 수 있게 재단하고 있는 거지. 번민이야…….”
스님은 현재 오른쪽 눈이 실명되었고, 왼쪽 눈도 실명상태로 가고 있다 하셨다. 보이지 않는 글은 돋보기를 가지고 억지로 찾아 쓰는 중이다.
현재 석암학당에 학장을 맡고 있는 학장의 웃대는 갑진년 조계종 비구니 회장을 맡은 스님의 질녀라 했다.
“거도 한암스님으로 인해 내려온 맥이야. 한암스님이 비구니 승단 내에 청량사부터 내어 주는 바람에…. 결국은 일엽스님의 제자들이죠.”
아, 이 무슨 운명일까? 마치 삼류소설의 한 장면 같아서 기가 막혔다.
일엽스님이라니!
나이 마흔을 넘어 돌아돌아 어찌어찌 출가를 했는데 그 문하가 일엽스님 문중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니 시간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나는 어쨌거나 일엽스님을 증조부로 해서 출가를 했었다.
말 못할 사정으로 비록 인연이 끊겼는데, 토굴집에서 또 우연히 찾아온 노승이 한암스님 문하였었다. 노승은 한암스님의 상좌인 운성스님의 상좌였고, 나를 당신의 사제로 삼으셨다. 비록 정식 계를 이어받진 못했지만 운성스님의 위패상좌가 된 것이다. 아주 잠시 지낸 인연이 도비결을 만나 또 이렇게 연결되는 것이 놀랄 따름이었다.
“사주 내에 인성도 없고 비겁도 없는데 이제 비인 대운이 시작되고 갑진에 인성이 드니….”
내 말을 선사가 끊었다.
“무인성 무인성 하는데 인성이 없어도 인성 일을 해요. 그거는 없는 기 아니고 내가 필요없이 행하기 때문인 거요. 내 사주에 인성이 없다, 식상이 없다, 재관이 없다는 말이 뭔 말이냐 하면 이거를 중시않고 없는대로 일을 한다 이런 말이야. 여자로서 식상이 없다하면 꾸미고 가꾸는 것 못하고 언어 능력이 없다, 자식이 없다, 이 말이 아니라 남이 우연히 그런식으로 하는 것을 보고 배웠다는 것이지.”
하시면서 긴 한숨 끝에 말을 이으신다.
“이 도비결 맥이 대게 처음에는 일엽스님 맥이라. 만공스님으로 인해서지.”
그러다 문득,
“일엽스님의 속세명을 아시오?”
갑작스런 물음에 알고 있던 이름이 깜깜해졌다.
“김자 원자 주자요. 김원주.”
그랬다. 일엽스님의 속명이 김원주였다. 스님과 나는 일엽스님의 일생과 연애사, 불교입문기에 대해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또 더 나누고 싶었으나 밖에 자꾸만 내담자들이 들어와 앉았다. 더 늦기 전에...
선사께 내 사주 글자 몇 개를 드렸다.
“갑진이면 천간 목이요. 내 사주가 금이라면 목금의 합은 사람과 물건을 다스리는 사람이거든. 내가 금을 가지고 있는데 목을 본다, 이러면 대개 할 일이 생겼다 이 말이고, 내가 목인데 금을 본다 하는 것은 내가 결과물을 취하러 간다 이 말이야.”
그러니까 갑진년은 내가 새롭게 할 일이 생겼다는 뜻이다. 당연히 도비결을 파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내가 그럴 자격이 될끼? 9,000년을 이어온 이 공부를 받잡아 바로 공부하고 바로 쓸 수 있을까?
선사는 다시 한 번 내게 당부했다.
“번민하지 마시오. 모든 거 다 버릴 줄 알아야 해요. 한암스님께서 ‘천고에 한이 될지언정 나는 세속에 머물지 않겠다’ 라고 상원사에서 말씀하셨고, 월정사에 들어갔을 때는 마음을 비워버렸지요. 푹푹 던지소. 던지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거요.”
선사께서는 만공스님과 일엽스님의 일화 한 가지를 더 들려주시면서, 문맥은 문맥대로 내려오면서도 일엽스님을 내친 이유를 말씀하셨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하신 거지요.”
그럴 때 일엽스님은 끝까지 받아주시라 홀라당 벗고는 대웅전에서 삼천배를 드렸다. 그리곤 번민을 떨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때 번민상이 딱 떨어지는 거라. 그러니 내가 말하는 기라. 뿌리없는 만물을 심어라 이 말이지. 나무 없는 종자를 가지고 오라 이 말이지. 이해되겠소?”
선사께서는 곁에 있던 백지를 가지고 와 붓펜을 열었다.
유안불목(有眼不目)이라
“눈이 있되 보지 못하느냐 이 말이 아니고 니가 살아보니 옳다 그러다 맞다 틀리다 이거다 저거다 분별심이 조지는 거라.”
유이불문(有而不問)라
“어린아이가 그렇듯이 할 말을 마음속에다 담아두지 말란 거라. 누가 귀한 말을 하든 귀하지 않든 그 말은 그냥 스쳐가는 자연처럼 놔라 이 말이야.”
지자시소(知者視紹)라.
“내 머리 속에 물질문명이 입증된 것만 집어넣지 마라는 거라. 인생은 말이요. 푹 놔 놓으면 지가 자연인 줄 아는 기라. 매일 마다 보는 해지만은 매일마다 달라.”
선사가 일어섰다.
상담하러 온 뒷 내담자가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욕심에 일어나지 못하는 나를 선사는 온 몸으로 일으켰다.
“지금부터 가시거든 매일배달 물어봐. 쉬지마시라, 이 뭐꼬? 잠이 오면 자자고 토닥거리는 이 놈이 누구고 배가 고프면 밥 먹으라고 시키는 이 놈은 누구고 화가 나면 성질내라고 시키는 놈이 또 누구냐, 그걸 우리가 일각이 여삼추라 하잖아. 차 한 잔 마실 15분에 자기를 몇 번이나 돌아보라 이 말이라. 이해 돼요?”
“네.”
“너무 번민하시지 말고 심간을 놔 버리라 이말이야. 인생사 사는 거는 훌훌 벗고 사는 기라. 이기 이산년에 선사가 하신 말씀이거든. 절간 밥 묵어보니 주지가 되면 내가 최곤줄 알아. 그래 천날만날 초발심이라 해 놓고 지키는 놈 있소?”
“네, 스님. 또 오겠습니다.”
“첫 공부할 때 잘 한 번 배워 보시오.”
“네, 스님.”
돌아와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문자로 적다보니 머리깎고 수행하던 그때 매일매일 읽던 이산선사발원문이 절로 흘러나온다.
시방삼세 부처님과 팔만사천 큰 법보와
보살성문 스님네께 지성귀의 하옵나니
자비하신 원력으로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저희들이
 
참성품 등지옵고 무명속에 뛰어들어
나고죽는 물결따라 빛과 소리 물이 들고
심술궂고 욕심내어 온갖 번뇌 쌓았으며
보고듣고 맛봄으로 한량없는 죄를 지어
잘못된 길 갈팡질팡 생사고해 헤매면서
나와 남을 집착하고 그른 길만 찾아다녀
여러생에 지은 업장 크고 작은 많은 허물
삼보 전에 원력빌어 일심참회 하옵난
바라옵건대
부처님이 이끄시고 보살님네 살피옵서
고통바다 헤어나서 열반언덕 가사이다.
이 세상에 명과 복은 길이길이 창성하고
오는세상 불법지혜 무럭무럭 자라나서
날적마다 좋은국토 밝은 스승 만나오며
바른신심 굳게 세워 아이로서 출가하여
귀와 눈이 총명하고 말과 뜻이 진실하며
세상일에 물안들고 청정범행 닦고닦아
서리같이 엄한계율 털끝인들 범하리까.
점잖은 거동으로 모든생명 사랑하여
이내 목숨 버리어도 지성으로 보호하리
삼재팔난 만나잖고 불법인연 구족하며
반야지혜 드러나고 보살마음 견고하여
제불정법 잘배워서 대승진리 깨달은 뒤
육바라밀 행을 닦아 아승지겁 뛰어넘고
곳곳마다 설법으로 천겹만겹 의심끊고
마군중을 항복받고 삼보를 뵙사올제
시방제불 섬기는 일 잠깐인들 쉬오리까
온갖법문 다배워서 모두통달 하옵거든
복과지혜 함께 늘어 무량중생 제도하며
여섯가지 신통얻고 무생법인 이룬뒤에
관음보살 대자비로 시방법계 다니면서
보현보살 행원으로 많은 중생 건지올제
여러갈래 몸을 나퉈 미묘법문 연설하고
지옥아귀 나쁜곳엔 광명놓고 신통보여
내모양을 보는 이나 내 이름을 듣는 이는
보리마음 모두내어 윤회고를 벗어나되
화탕지옥 끓는물은 감로수로 변해지고
검수도산 날쌘칼날 연꽃으로 화하여서
고통받던 저중생들 국락세계 왕생하며
나는새와 기는짐승 원수맺고 빚진이들
갖은고통 벗어나서 좋은복락 누려지다.
모질질병 돌적에는 약풀되어 치료하고
흉년드는 세상에는 쌀이되어 구제하되
여러중생 이익한일 한가진들 빼오리까
천겁만겁 내려오던 원수거나 친한이나
이 세상 권속들도 누구누구 할 것 없이
얽히었던 애정끊고 삼계고해 뛰어나서
시방세계 중생들이 모다성불 하사이다.
허공끝이 있사온들 이내소원 다하리까.
유정들도 무정들도 일체종지 이뤄지이다.
 
계묘년 을축월 신묘일에 갑산선사님을 만나 보석보다 귀한말씀 듣고 와서
계묘년 을축월 갑오일 미시에 옮겨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