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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오행/도비결(導祕訣)

도비결(導秘訣)을 찾아서(4) -소신없이 살지마소-

도비결을 찾아서(4)-소신없이 살지마소-
 
갑산 일심선사를 처음 뵙고 내려온 날, 내 가슴속 들끓음은 거짓말처럼 가라앉기 시작했다.
아프다가 아프다가 이제는 좀 아프지 않고 싶어서 물어물어 찾아간 마음수련 단체에의 일들이 떠올라도 마음이 차분했다.
그곳에서 나는 아팠다.
사람 모여 사는 곳이야 다 아수라판이라 배웠어도 거기는 아닐 걸로 믿었다. 예외는 없었다.
아무리 스스로 청정하려 하나 공기가 탁하면 그 공기를 마실 수 없는 법이다.
호흡기가 성한 사람이야 탁한 공기 속에도 네 실속을 챙길 수 있으나, 나는 환경의 영향을 온몸으로 받는 명조라 한 삼 년을 살고 나니 더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입을 틀어막고 숨을 쉬었지만 종내는 병들어 죽고 말 것 같았다.
그렇게 하여 단체에서 분리되어 나오니 거기 맑은 공기가 기다리고 있었던건데, 운 좋게도 도비결을 만난 것이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버려야 하는 것이 우주의 법칙.
약간의 박탈감과 약간의 불안함이 없진 않았으나 또 다른 우주의 법칙이 있어 비우니까 바로 채워졌다.
도비결이야 원래도 거기 있었을 터, 내 귀가, 내 가슴이 딴 곳에서 흥청거렸으니 들어왔을 리 만무다.
여튼, 내가 단체에서 유리되게 도왔던 많은 사람들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그들 덕분에 도비결 전수자인 갑산 일심선사를 만났고, 그 한 번이 못내 갈증나 다시 찾아온 아침이었다.
두 번째라 그런지 선사님 뵙기가 한결 편안했다. 어쩌면 동행한 이들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첫날 그토록 흐르던 눈물이 나질 않은 걸 보면 단 한 번의 만남에 내 들끓던 마음이 꽤나 가라앉은 모양임은 분명했다.
동행한 이들과 나를 넌지시 바라보다 선사께서 입을 여셨다.
“성철스님을 뵈러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그 조건이 법당에서 삼천배 하는 것이라. 어느 날, 한 보살이 삼천배를 하고 성철스님 거처를 찾았는데, 너는 뭐하러 삼천배나 하고 날 보러 왔노? 물었지. 그 보살 왈, 큰 스님을 친견하면 원력이 생겨서 도통한다 하길래 왔습니다, 한다 말이야. 그러니 성철스님 왈, 그래? 그럼 봤으니 가거라, 하는 거야.”
잠시 말씀을 멈추는데 이빨 없는 볼이 홀족했다. 이빨이 없는 이유가 궁금했으나 그보다는 다음 말씀이 더 기다려졌다.
“그러이 보살 기가 차서, 아니 왜 저를 가라합니까? 하겠지. 성철스님께서 말하시길, 보살이 나보면 도통한다고 삼천배를 하고 왔고 이제 봤으니 도통을 하지 않았느냐 이 말이야, 하시니데 보살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거야. 그래 어리둥절하고 있는 보살에게 스님이 하시기를, 남이 거름 지고 장에 오니 너는 똥바구니를 들고 왔는가 보구만.”
말을 마친 선사께서 우리에게 물으셨다.
“이 말씀이 무슨 말이요?”
우리 모두 머쓱하니 웃기만 할 뿐 대답할 수가 없었다.
“소신없이 살지 마라, 이 말이요. 이기 제 스승 말씀이오.”
씁쓰레한 미소가 흐르고 다시 선사는 입을 여셨다.
“세상만사 도인은 본인들 옆에 계시거든. 뭔 말이냐 물으면 바로 여러분이 부처다 이 말씀이오. 자기 집이 법당이고 자기 자신이 부처다 이 말이지. 근데 천날만날 부처님을 찾으러 다니거든. 우리가 절에 가면 궁극적인 목적을 가지고 가야 하지요.”
“예.”
“그 궁극적인 목적이 뭐입니까?”
“마음을 깨닫는 것입니다.”
동행한 분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나는 이미 다 이루었으니 타인을 위해 기도하러 가는 게 목적이지. 근데 모두들 내 집구석 잘되라고만 빌거든. 부처의 목적이 어째 자기 집구석에만 있습니까? 남 잘되라고 빌어야지. 그래 절에 가게 되면 해야 할 일이 세 가지가 있어요.”
선사께서 하신 말씀은 이랬다.
첫째, 나는 부처님을 닮아서 사는 사람이다.
둘째, 언젠가 나는 저 자리에서 존경받는 부처가 될 것이다.
셋째, 타인을 부처로 만들어 줄 것이다.
“이 세 가지를 일러 일체중생성불도라고 하거든. 그라면 진짜 부처님께 기도할 때는 모든 사람 소원성취하라고 빌어야 한다 이 말이요. 우리가 타고날 때부터 받은 업보가 있는데 그 업보를 끊는 법이 있어요. 또 공덕짓는 법도 있고요. 그러니 이 세 가지를 내 살았을 때 다 정리해야 됩니다.”
뭔가 빛이 비치는 것 같았다.
지난 단체에 소속되었을 때의 가르침과는 완전히 달랐다. 거기서는 우선 나부터 사랑하고 나부터 아끼고 나부터 가지고 나부터 먹으라 했다. 그것을 자기사랑이라 했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 자기가 풍요롭지 않고 어떻게 타인을 위해 사는가. 그것은 자기기만이고 타인에게 군림하려는 것이라고 배웠다.
원래 불교의 가르침이 몸에 밴 나로서는 그 가르침을 받아들이기가 쉽질 않았으나 받아들이려 애썼다. 그렇다고 생각하려 애썼다. 내가 넉넉해야, 내가 알아야, 내가 가져야 타인을 도울 수 있다고 스스로를 세뇌했다.
그러나 불교의 가르침은 달랐다.
현재 내 상태가 좀 부족하든, 좀 적게 알든, 좀 적게 가지든 그 자체로 온전한 것이라, 그 범위내에서 내 마음을 타인사랑에 두어라, 라는 가르침이다.
자타가 불이라. 모든 기도는 타인을 위해 하는 것이 곧 나를 위한 기도인 것이다.
“뭐 겪어본 적이 없으니 어려운지 안 어려운지 모르잖아요. 그러니 옛 어른들 말씀에 너 부모미생전에는 어디에 있다 왔느냐, 한단 말이야. 근데 아무도 모르잖아. 왜? 망령의 물을 먹고 왔으니 다 까먹었지. 그래놓고 지금 김씨, 박씨, 이씨, 최씨 한들 무슨 소용이냐 이 말이야. 죽고 나면 다음에 어떤 성씨를 달고 올지도 모르는데. 근데 뭐하러 그리 아등바등 살아요?”
모두들 숙연해졌다.
“김씨 성을 가진 채 열심히 살다가 죽고 보니 다음에는 최씨 성을 가지고 온단 말이야. 김씨가 모두 나입니까? 생을 바꿀 때마다 달라요. 지금의 내가 나 아니란 말이오. 그런데 뭐하러 번민하고 살지요?”
“편리하게 살기 위해서요.”
동행님의 말에 선사께서 웃으셨다.
“흐흠. 물질은요, 편한 게 아닙니다. 옛 경허스님이 만공스님한테 말한단 말이야. 너 덥지? 예, 여름이라 덥습니다. 그러니 경허스님 말씀하시길, 소문에 니가 깨달았다 하던데 깨달은 걸 한번 내어봐라, 했지. 대답이 없어요. 스승인 경허스님이 다시 묻지요. 정말 깨달은 게 없느냐? 하니 만공스님이 부채를 내어놓는단 말이야. 경허스님이 그걸 보고 고개를 한 번 흔들고는 토시와 부채가 같냐, 다르냐, 물어. 만공스님 대답을 못 해. 경허스님 재밌어요. 더 깨달아라 이놈아. 그거는 허상이다 이 말이요.”
스님이 웃으시고 우리도 웃었다.
선사께서 다시 백지와 붓펜을 꺼내 들며 이으셨다.
“사람 사는 거 똑같습니다. 오늘 내가 있습니까? 어제의 나는 있어요? 내일의 나는 또 있습니까? 그러니 내 마음은 어이해야 편하겠습니까? 어제가 편합니까, 오늘이 편합니까. 내일이 편합니까? 이게 금강경의 핵심이요.“
선사께서는 오늘도 금강경 18품을 이야기하셨다.
과거심 불가득
현재심 불가득
미래심 불가득.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얻을 수 없는 마음이니 마음이라는 놈은 부모미생전 안산에다 툭 던져놓고 와야 한다는 말인데 과거생에 그리 못하였으니 이생에는 그리해야 할 일이다.
”금강경 사경하라 카지요? 와 하라 카는지 압니까? 부처님 말씀이라서? 아니라요. 자기평정심을 말하는 거라요. 그걸 ‘일상불이지’라 안합니까. 딴 거 없어요. 근데 다 흔들리잖아요. 본인들이 본인 마음을 한 5분간만 붙잡아 놓고 있을 수 있습니까?“
자주 들었던 법문이 그렇게 새로울 수 없었다.
”그래서 참선하는 겁니다. 사경을 하면서 제 마음을 바로잡죠. 왜? 사경을 할 때 마음은 붙잡아 놓을 수 있지만 사경 끝나고 나면 마음이란 놈이 또 온 꽃밭을 헤매지요. 또 참선할 때도 마음을 바로잡는데 그것도 끝나고 나면 마음이 잡혀 있나 말이야. 이러이 백팔 마구니한테 끌려다닙니다. 이러는데 나가 있습니까, 너가 있습니까?“
말을 마친 선사는 종이와 붓펜을 바라보며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의성에 가면 내가 쓴 책이 많아요. 보시면 아마 놀랠 겁니다. 일반 명리학이 아니라 도비결이 우예 한 백권 가득 차 있노 이 말입니다. 구전으로 내려온 걸 내 손으로 다 복원시키고 있다 이 말이요. 근데 시켜보니까 이게 재미있어요, 팔만사천대장경이더라 이 말이요. 이 공부가 문수사리보살님이 27속을 사회에 내어놓은 거다 이 말입니다.“
이 말씀에 마침 탄허스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종교가 자각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말씀이다. 종교가 위기에 처하는 날이 온다는 것인데 이유가 뭐냐? 도가 돈한테 졌다고 하셨다는 것. 정신이 물질한테 졌다는 말씀. 바로 그 말씀이었다.
그러니까 정신을 숭상해야 할 종교가 물질에게 져 버리면 이제 혼란 세상이 올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는 살아남는다는 말씀이었다.
지금 전 세계는 명상 열풍이다.
명상이 뭔가? 고요히 의식이 정지된 상태에 머무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라야만 나를 보고, 너를 보고 우리를 볼 수가 있다.
이렇게 종교색채를 띠지 않는 명상의 근원을 쭉 따라가 보면 불교가 있고 명상은 부처님의 참선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은 불교 색채를 많이 띠지 않아도 결국에는 불교의 가르침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럼 사주는 뭔데? 내가 태어난 거죠. 내가 태어나면 우짭니까? 누가 찾아와요? 병원에서 나자마자 돌아서면 조부가 오고 조모가 오고 외조부가 오고 외조모가 오죠. 집안이 온다는 거죠. 거기서부터 아이는 배웁니다. 아, 이런 사람들이 나의 뿌리고 어른이구나, 가족이구나. 이게 바로 오행입니다. 다른 말로는 인의예지신이고.“
우리는 고요히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들어야 했다.
아니다, 기껍게 들었다.
”이걸 상생이라 합니다. 상생은 혈연관계를 말하는 거고, 상극은 타인과 남녀관계를 말하고, 또 상생은 준비를 말하고, 상극은 검증을 말합니다. 그래 일 년 운은 오행으로 먼저 봐야 한다 이 말이죠. 올해 내가 준비할 게 있나, 검증받을 게 있나, 보호할 게 있냐, 책임질 게 있느냐, 욕심을 버려야 하느냐 등을 묻는 겁니다. 이걸 오행의 상생상극이라 그래요.“
스님은 그러면서 현재 사주명리학의 세태에 대해 한탄하셨다.
이 공부 좀 했다는 사람들은 그저 육신으로, 격으로, 용을 잡지 못하면서도 용으로, 그게 모자라니 억부로, 왕쇠강약으로 온갖 것을 사용하지만 제대로 읽어내질 못하지.”
선사가 혼잣말인 듯 뱉어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소금구덩이 들어간 거이 뭔 줄 아시오? 그냥 조용히 물 끓여놓으면 미꾸라지가 들어간다 이 말이요. 다시 비유하자면, 닭을 키우는 농부가 닭을 잡아야 하기에 잘 잡는다고 넓은 터에서 마구 뛰어다니는데 그걸 본 닭이 말을 합니다. 어리석은 놈아, 날 잡으러 뛰어다니지 말고 물이나 끓여놔라, 내가 뛰어들어 줄게. 이렇게 사람이 가축보다 못해요.“
이 비유에 담긴 뜻은 깊었다.
뭘 한다 한다 하지 말고, 즉 내가 잘났다 잘한다 하지 말고 열심히 준비만 해 놓으면 니즈들이 스스로 걸어들어온다는 뜻임을 나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오행만 해도 이리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거기다 음양까지 나타내면 얼마나 할 공부가 많냐 이 말이야.“
거기까지 말씀하신 선사는 동행에게 뭐가 궁금한지 물으셨다.
동행은 살면서 더 잘 살아서 주변 사람들 물질로부터 풍요롭게 해 주어서 나 죽고 나면 괜찮게 살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대답했다.
스님이 말씀하셨다.
”이런 게 있소. 사회에 음덕을 짓는 게 있고, 하늘에 음덕을 짓는 게 있고, 또 타고난 하늘의 복덕을 받는 게 있고, 인간의 복덕을 받는 게 있습니다. “
선사께서 예를 든 내용은 이렇다.
학문을 많이 배워서 남에게 가르치는 거는 좋다. 예를 들어 공인중개사 직업을 가진 어떤 사람이 도비결을 배웠다. 손님이 오는데 매매도 해야되고 다 해야 하는데 오자마자 손님더러 사주를 묻는다. 보니 매매운이 없기에 그렇다고 한다. 손님은 아니 매매를 해 달라고 하는데 매매운이 없다는 말이 어디있느냐 반문한다. 아, 물론 광고는 해 드리지만 어쨌든 매매운은 없다고 솔직히 말한다. 손님이 의아해서 어떤 공부를 했기에 그런 말을 하시느냐 물었고 중개사는 제가 쪼매 공부를 했는데 보니 맞든 안 맞든 매매운이 없는 것 같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다른 데 가서 내어달라고 할까 해서 그러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몇 군데를 내어놔도 1년이 지나도록 매매가 되질 않았다.
그래 다시 의뢰자가 달려와 하는 말이 진짜로 매매가 안 되더라고 하며 당신이 확실했다고 말하며 혹시 언제 나갈지 봐 달라고 했다. 중개사가 보기에 올해 7월 매매운이 있어 그렇게 대답했고 진짜 7월에 매매가 되었다.
이럴 때 이 중개사는 사회에 복을 지은 셈이다. 나가지도 않을 운에 나가겠다고 자기가 물건을 잡은 것이 아니었는데도 결국 자기가 해결해 준 셈이니까.
이후 내담자는 이 중개사를 알렸고, 중개업이 불처럼 일어났다.
그 후, 이 중개사는 중개업을 그만 두고 도비결 강사로 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렇다 저렇다 해도 이 모든 건 자기 선택이예요.“
스님의 얼굴에 뿌듯한 외로움이 스쳐 지났다.
대한민국 선종인 조계종의 주요맥을 이어 선사라는 호칭까지 듣고 고은사 주지까지 한 이후, 우리 역사 9,000년을 관통해 온 도비결을 전수해야 할 사명을 안 이후, 모든 신분을 내려놓고 재야로 나온 뒤 일종의 핍박과 멸시를 받으며 여기까지 온 당신 스스로에 대한 감정일 터였다.
”우리가 사주를 안 보러 다녀도 도통하는 경우가 있어요.“
사람이 겨울에 났는데 천간에 병화가 없으면 조후가 틀어져 추울 수밖에 없다. 내 인생이 추운 것이다. 내 인생이 추우면 가난하고 부정적일 수 있다. 당연히 위로받기를 원하고 남 탓을 하게 되어 있다.
겨울에 정화가 있으면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난로 옆에 딱 붙어서 불이나 쬐면서 뺀질거린다.
”이게 조후인데 조후도 모르고 명리철학을 배우려 든단 말이야.“
선사가 보기에 우리 모습이,농부가 귀농한 도시인을 보는 것과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다음은 지장간에 대해 말씀하셨다.
”지장간은 월지외에는 쓰질 않아요. 인월이다. 그러면 무병갑이다 이 말이야. 이건 미래지향적이지. 여름에 쓰는 무토는 왜 쓰나. 변화하는 세상이야. 변화하는 세상에 너는 무엇을 하느냐. 변화하는 세상에 너는 무엇을 하느냐? 이럴 때 갑목은 미래에 할 일을 말한다 이거지. 이렇게 달마다 다르거든. 자축월에 무토가 들어왔다. 주인이 누구냐? 계수다. 주인인 계수가 사회 구성원이다. 그런데 계수가 할 짓을 안 하면 어찌 될까? 그 업계에서 밥줄을 놔야 한다 이 말이야. 계수가 살라면 어찌해야 하나. 계갑을, 즉 수생목을 해야 하지. 그래야 지식체계에서 살아 날 수가 있어.“
그 후 환경에서 요구하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주인이냐, 종업원이냐를 알아야 한다. 자중 계수, 축중 계신기인데 이 중에서 기토는 뺀다. 그러면 계수가 두 개다. 이러면 계수는 주인, 신금은 종업원에 해당한다.
두 개가 다 있으면 주인도 있고 종업원도 있으니 내가 책임을 져야한다.
”도비결은 이렇게 하나하나 다 끄집어내어 준단 이 말이야. 이제 이해가 가오?“
”네, 스님.“
”자축월에 갑목이 없다. 이러면 어떻게 될까? 내가 원하는 것, 원하는 학위증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야. 자축월에 계수가 사주에 많고 병화가 없다. 이러면 곡물이 안 납니다. 이러면 종교인 사주인 거지. 이럴 때 곡물을 얻으려면 병화가 올 때를 기다려야 해. 병화가 오지 않는다면 죽어도 펴지질 않는다 이 말이야.“
”그럴 때는 어찌해야 합니까?“
내 물음에 선사가 웃었다.
”그냥 포기하고 그냥 살아야지 뭘 어떻게 해. 내 집에 금덩이가 없는데 금을 취하려면 올까? 그렇다고 답이 없느냐? 아니단 말이야. 그간에는 내가 죽어라 노력해서 금을 사야지. 인생은 선과 후가 있단 말이요. 봄 자축월에는 무조건 선, 지식을 익혀두어야 하는 기라. 인묘월은 후, 목적이 필요하니 다시 일하다가 배움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 말이라. 이게 선후법이란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 기막힐 수 있을까?
선사는 내 사주를 꿰고나 있는 것처럼 결핍된 이 마음의 원인을 말씀해 주셨다. 맞았다. 나는 무인성 사주답게 스승을 찾지 않고 명리를 독학해 왔다. 독학은 한계가 있었다. 기본을 하고 나니 더 깊어질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도 스승을 찾지 않았는데 마침 자월이 갑진년을 맞으니 그만 스승이 눈에 확 들어온 것이다. 게다가 무인성무비겁이 인성비겁 대운까지 왔으니 이건 필연일 수밖에.
나는 드디어 갈 길을 찾은 것이다.
그동안 어려웠던 것은 체계를 갖추 제대로의 공부를 하지도 않고 곡물이 나기를 기다렸던 거다. 내 사주의 명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였다.
”이 공부는 논리체계적으로 한 주에 많든 적든 똑똑 부러지게 가야 해결이 납니다. 달마기법에 72가지가 있단 말이요. 도비결도 72개 룰 공식을 배워야 해요. 이거 안 배우면 사주 그냥 교양으로 쓸 수밖에 없어요.“
이럴진대 기초 3개월만 배우고 말겠다 한다며 낮은 한탄을 토해냈다.
”착각이지. 초등에서 고등학교까지만 해도 12년이다. 12년을 배워도 왜 못하는 게 그리 많습니까? 대학 나와서 책 한 권 똑바로 읽었을까요? 학점 따기 위해 교수가 지정해 준 범위만 달달달 외우죠. 그래가 지고 논문을 씁니다.“
선사는 우리 공부체계가 너무나 잘못되었다고도 한탄했다.
”내 스승께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들리는 게 다 묘음이요, 보이는 게 다 관음이라, 시에 대중은 다 알겠는가?’ 하니 이게 내 스승이 지어낸 말인 줄 압니까? 700년 전부터 내려온 글입니다.“
선사께서는 당신의 스승이 하신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를 그저 인용했을 뿐이라 하셨다.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이 공부가 매력있는지는 모르겠고요. 아무튼 이 공부를 배워서 쓰면 되지요.“
선사는 미스트롯 등의 신동들을 이야기하셨는 트롯계의 신동 김다현의 예를 들면서 삶이 참 재미있다 하셨다. 다현의 아버지 김봉곤씨를 만났을 때, 다현이를 잉태하고 있었는데 이 놈이 태어나면 집구석 먹여 살릴 거라 했다는 거다.
”현재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 다현이 나오기 전에 아비 봉곤이 25억 빚을 내서 서당을 지었는데 다현이가 현재까지 8억을 갚았어. 이제 곧 다 갚고 이제 쌓이겠지. 딸래미 하나 잘 놓으니 이런데 나도 딸래미 하나 낳을까?“
그러자 농담을 모르는 동행인이 물었다.
”지금요?“
스님이 웃으셨다. 나도 웃었다.
”낳을 일도 없지요.“
스님의 진담에 내가 농담을 건넸다.
”할 수 있어요, 스님.“
스님의 표정이 신산해졌다.
”나는 내 안에서 씨종자를 낳을 수 있는 것을 다 잘라 버렸소.“
순간, 모두들 조금 얼어버렸다. 그런 우리들의 마음을 알고나 있는 듯 선사는 웃으셨다.
”핏줄을 잘라버리면 되잖아요. 그 속에 피가 안 들어가면 별 볼일 없잖아? 옛날 내시나 환관처럼 그런 거랑은 다르고.“
선사의 말씀은 좀 당황스러웠으나 나는 알 것 같았다. 말씀의 행간 속에 있었던 수많은 사연들이 영화처럼 흘러갔다.
선사는 세상 사람들과의 인연을 끊기 위해 이를 삼년 만에 다 빼 버릴 거라 하셨다. 쪽가위로 신경을 다 잘라서 이를 빼 버리고 이제 하나 남았다고 하셨다.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저 말씀이 결코 거짓이 아닐진대, 나머지 한 개 이빨이 빠지고 나면 어이하나. 눈도 하나 남은 오른쪽이 실명으로 가고 있다는데 그러면 어쩌나. 내가 도비결을 다 배우기 전에 스님의 이와 시신경이 다 죽고 나면 이 한을 어떻게 갈무리할 수 있을까.
”이거 빼고 나면 나는 두 번 다시 말 안 하고 살려 하오.“
숙연해지는 우리를 향해 다시 하신 말씀.
”뭐를 못합니까? 하면 되지.“
이 학문에 대해 궁금증이 있다는 것은, 이것으로 후대에 알리고 싶고, 돈을 벌고 싶고, 번 돈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인드로 받아들이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며 선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닙니다, 스님. 자월에 계수를 두 개나 얹었고 신금을 가져서 득령과 인사령을 다 얻은 제가 있습니다. 저는 스님처럼 도비결과 남은 평생을 살렵니다.’
우리도 일어섰다. 문밖을 보니 상담받으러 온 사람들이 한 뭉치 앉아 있었다.